Topophilia 토포필리아

                                           

                                                                                   

                                                                                                                                  식물들과 가까워지기로 했다

 

시대의 패러다임이 개개인의 생활 속에 파고들어 모두를 흔들지만 그래도 각자가 인지하는 세계관을 사소한 것이라고 치부하는 시대도 아닌 지금 우리는 원인 모를 바이러스가 창궐하는 재난영화 혹은 그런 소설의 단골 메뉴 속의 내용과 같은 상황에 놓여있다.  한 해가 다 지나도록 우리는 의도하지 않은 “코로나바이러스(covid19)=비대면/언택트(untact)” 환경에 노출되어 많은 불편함과 함께 지극히 개인적인 갈등들을 고민하는 것이 사치로 여겨지는 시기를 모두가 겪으며 지나가는 중이다.  재난 속에서 우리가 다시 환기하는 것은 사람 간의 유대감이다. 그러나 어느때보다 촘촘해진 관계네트워크 속에서 사람과의 직접적 관계를 피해야 하는 이런 시대에 그 유대감은 실종되고 개개인 사이에 보이지 않는 얇은 막이 쳐져 있는 느낌이다.

 

 “토포필리아” 시리즈는 시간과 함께 스러지고 부재로 인하여 황폐해진 공간에 장소성을 부여하는 작업이다. 지리학자인 이투푸안은 ‘공간”은 막히지 않은 무한한 동적 자유로움을 느끼지만 때로는 위협적이고 추상적인 곳인 반면 “장소”는 안정적, 정적이며 구체적인 곳이라고 말하며 공간에 사람들이 사물과 함께 정서적 유대를 쌓으면 그 경험이 축적이 되면서 장소로 되어진다 라는 의미로 장소에 대한 정서적교감을 뜻하는 그리스어 “토포필리아” 개념을 차용했다.  자연과는 다른 풍경인 구조물, 건축물은, “장소의 의미는 인간의 의도와 경험을 속성으로 한다” 라는 그의 말처럼 인간과의 관계에 의해 장소이기도 또 공간이 되기도 한다. 식물들을 가까이하면서 그들의 생장에 관여하며 즐거워하기도 또 안타까워하기도 하며, 그들에게 쏟는 시간과 행위를 통한 상호교감으로 나의 공간/집은 또 다른 장소가 되어간다. 식물 들과의 정서적 유대감이 소외되어 버려진 곳/공간과 관계를 맺음으로 나/개인의 정체성이 문화적 정체성과 만나 장소가 되기를 바라듯이 나/우리 자신을 세상 밖 외부로 연결시키는 의도로 시작한 작업이다.

“되풀이를 사랑한다. 같은 장소에서 같은 시간에 같은 일을 하는 걸 사랑한다”   이런 얘기를 한 작가에 공감한다. 반복적인 일에서 편안함을 느끼고 그 반복된 일상이 만드는 미세한 차이가 만드는 즐거움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 일상이 연기같이 사라지며 낯설고 불안한 현재에서 어떤 과거의 기억을 소환해 본다.  인간의 부재에도 주위 곳곳에서 뿌리를 내리며 자라나는 식물들이 내뿜는 그 온기를 기억한다.  그 과거 속에서 우리는 행복했었나?

 

                                                                                                                                    2021 이민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