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w)here Invisible city 보이지 않는 도시들
이민호
드라마 세트장을 가본 적이 있다. 한 공간에 여러 장면을 연출하기 위한 가변 벽들이 여기저기 놓여있고 그 사이로 많은 소품들이 그 곳과는 전혀 상관이 없는 형상으로 놓여 져 있었다. 자기의 장소를 찾지 못한 물건들의 모습에서 이 사회에서 정체성을 갖지 못해 이리저리 떠도는 소외된 사람들의 초라한 현재를 보는 듯 했다. 드라마란 우리 주변의 일상과 그를 초월한 상상의 세계를 조합해 놓은 또 다른 세상이라고 생각한다. 문학에서와 같이 이미 익숙해진 대상을 제대로 보고, 정확하게 인식시켜주는, 좀 더 깊이 있게 인식하게 되면 동시에 새롭게 보인다는... 즉 이미 알고 있다는 사실을 몰랐다는 점을 얘기해주는 장르의 하나이다. 그 점을 실현시키는 장치로서 보여주고 싶은 것/곳과 보이고 싶지 않은 대상들이 공존하는, 또 한 순간의 꿈과 같이 사라져 버리는 것/곳이 드라마세트장이다. 여기저기 뚫린 공간으로 다른 세계를 엿볼 수 있으며 과거와 현재가, 기억과 기억이 연결되는 현실과 그곳으로 부터의 일탈이 연결 되는 지점인 것이다.
Strange site 사진시리즈는 친숙하고 익숙한 것/곳들에 대한 객관적 거리감과 비판의식을 갖고 한 작업이다. 또 다른 의미 관계를 만들어 대상을 새로운 원근법 속에 넣어 주변을 환기 시키는 방법으로 공간/장소를 얘기하려 한다. 브레히트 Brecht가 주장한 일반적인 것에 낯설게 보기를 강요함으로서 익숙한 것의 관념의 가치를 상기시키고 역설적으로 일반성 자체를 부정해버림으로서 일반성을 강조하려 하였다. 재조합된 사물들과 공간들이 현실의 재현일 뿐 현실 그 자체는 아니라는 내용을 수동적인 수용 보다는 비판적이며 객관적인 태도를 유지하며 작업하였다. 공간의 확장이 시간과 연결되어 과거의 공간/장소를 넘어, 넓은 의미의 개인의 역사가 사회와 공유된 모습으로 환원된 결과물들이다. 여기에서 보여 지는 공간/장소들은 익명의 즉 이름을 갖지 못한 것/곳들이다. 수명을 다하여 폐쇄되었거나(옛 기무사건물 내부) 일련의 사건들에 의해 준공허가가 나지 않아 잠정적으로 버려졌거나(창동 지하철역사), 아니면 아직 시공 중에 있는(경기도 일원 신도시에 건축 중인 건물들의 내부) 것/곳들로 이 시대가 갖고 있는 사회적 문제와 신화를 지니고 있다. 보여 지는 모든 것/곳에는 그 자체 고유한 역사와 의미가 있지만 그 지점에 대해선 각별한 문제제기와 환기를 하지 않았다. 웹(Web)상에서 이루어지는 엄청난 진화속도를 기반으로 한 화면에 링크가 되어 열린 여러 창을 통해 점점 현실과 가상현실의 경계가 불분명해지는 지금, 머물고 있는 “여기”는 목적지가 아닌 이동 중에 거쳐 가는 곳일 뿐이고 “아무”곳도 또는 “어떤” 곳이든 다 될 수 있는 보다 넓은 의미를 지닌 지점 이라는 것을 보여주려 했다. 따라서 이번 시리즈뿐 아니라 예전의 내 작업 전체를 통해서 표현하려한 이 사회 안에서의 정체성의 소멸과 타의(혹은 자의)에 의해 이루어지는 익명화에 대한 주제에 반反하지 않게 공간 혹은 공간성/장소 또는 장소성을 얘기하면서 다른 개념으로 확장 되는 것을 지양하기에 모든 사진의 제목을 불특정하게 일련번호로 명명하였다.
정착된 삶보다 유목민적인 삶이 또 가상현실의 삶이 빠른 속도로 우리 곁에 다가와 있는 이 시대에 안전하다고 생각하는 일상이, 그 내부의 부조리가 어느 순간 어둠에 몸을 숨기고 틈을 노리다 비밀과 기괴함으로 무장하여 불안하고 낯선 형태로 다가 오는 모습과 주위의 버려진 익명의 도시 공간/장소들의 충돌을 사진매체를 통해서 그려 본다. “디지털 사진은 현실의 시간 안에 있다. 디지털 작업으로 이루어진 이 작업들은 일어나지 않았지만 그 부재가 아무것도 의미하지 않는 무언가를 증명한다.” 라고 보드리야르 Baudrillard가 이야기 했듯이... 그러는 동안 나/우리 주변은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고 “어떤” 의미도 없는 듯 흘러간다.
No(w)here _ Invisible City
by LEE Minho
I have been to a filming location. Versatile walls for scenes were left around the site and props were stored between the walls as if discarded. Props without their own places seem to suggest the miserable presence of those wandering in our society without an identity. I consider a TV drama another world in which everyday life is transcended when it is combined with our imagination. This genre of entertainment allows us to view and perceive the familiar newly through a closer perception, affording us a clearer understanding of what we already know. This filming location is a place where what we want to show and what we do not want to show coexist. This is a place where we can catch a glimpse of another world through windows here and there and where fantasy, possibility and reality are intertwined.
I created the photo series Strange Site with my critical consciousness of familiar things and places, keeping an objective distance from them. I also tried to comment on places and space in a way calling attention to surroundings by putting objects into a new perspective and thus generating another semantic relation. I tried to remind viewers of the ideal value of the familiar by forcing a defamiliarization with the general, as Bertolt Brecht claimed, and underlining generality by paradoxically denying it. I have worked with a critical and objective attitude, accepting the fact that reconstructed things and spaces are not reality itself but just representations of reality. The expansion of space has to do with time, moving beyond past space and place. This is the result of an individual history being reduced to an aspect of society.
The places this series showcases are anonymous, nameless things. They are things as much as places. I found places closed after use (inside the Defense Security Command building), places that are temporarily abandoned and off limits to the public (Chang-dong subway station) and buildings under construction (inside of buildings under construction in the whole area in Gyeonggi-do), demonstrating social problems and myths of our time.
All things and places have their own intrinsic history and meaning, but I did not raise any question in this regard. In the present, based on the tremendous evolutionary rates made on the Web when the boundaries between reality and imagination become blurred through a link on the screen with multiple windows open, I try to show that “here” is not our destination but a transit place, which could be “nowhere” or “anywhere” in a broader sense. I have commented on space and place in this series, reflecting on my previous themes of loss of identity and anonymity in society. As I have avoided expanding on these themes, I have entitled all my photos with serial numbers.
I portray the concealed absurdity of everyday life we consider safe in this age when we live nomadic lives rather than settled lives and we are closer to virtual reality than actual reality. This absurdity emerges as unstable and unfamiliar forms. I arm myself with the secret and uncanny found in abandoned, anonymous urban spaces. As Jean Baudrillard argued that “A digital photograph is in the present. This digital work proves nothing has occurred or the absence of something that means nothing.” In the meantime “nothing” has happened in our surroundings and everything flows as if there is not “any” meaning.